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10-10 오전 10:47:17

　“수면제 좀 주세요. 잠이 도통 오지 않네요.”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의 특성상 입원한 지 얼마 안 된 환자분들은 새벽에 종종 스테이션에 찾아와 이런 말을 한다. 수년간 밤 새 술을 먹던 사람이 술을 안마시고 일찍 잠이 든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코올질환 전문 다사랑병원에서 근무한 지도 3년이 다 돼간다. 수년간 술 마신 남편의 잦은 폭력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병원에 데리고 온 부인, 돈을 빌리면서까지 술을 마시는 어머니를 보다 못해 입원시킨 자식, 술만 마시면 시작되는 아들의 행패에 항상 마음을 졸이며 살아야 했던 가족들과 그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술 취한 환자'들을 직접 만나왔고, 오늘도 만나고 있다.

　술과 인연을 끊도록 하는 병원에서의 생활은 이들에게 매우 힘겹다. 간호사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보호사와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가족들과 큰 소리를 내며 실랑이를 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자신을 알코올 중독자로 인정하지 못하는 환자들과의 만남은 하루하루가 전쟁과 같다.

　하지만 알코올질환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면서 울먹이는 한 가정의 가장, 엄마 그리고 아들, 딸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이 바로 힘들지만 내가 여기서 일하는 이유다.

　술이 그리워 잠을 못자던 환자가 “이제는 수면제 없이도 잠이 잘 온다”며 완전히 회복돼 새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부정적이고 술만 찾던 사람들이 회복돼 가족 간에 서로 손을 꼭 맞잡는 모습을 보면, 이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인 나의 역할이 한 환자뿐 아니라 한 가족을 회복시키고 있다는 점에 정말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또 술을 마셔야 했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환자들의 모습에서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지, 간호사로서 환자들에게 진정을 다하고 있는지 내 모습을 늘 점검하고 단속하게 된다.

　그러면서 오늘도 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환자들이 잃어버렸던 신체와 정신, 가정을 되찾아 주는 행복 배달꾼으로서 말이다.

윤정희 간호사(다사랑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