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7-08-22 오전 10:23:26

　이웃사촌, 일가친척이 모두 모이는 큰 잔칫날이나 명절, 제삿날엔 어김없이 장독대 옆 양지바른 한켠에 솥뚜껑을 엎은 대형 프라이팬이 마련된다. 큰 솥뚜껑에 기름을 두르고 파전, 우엉전, 깻잎전을 지글지글 지져낸다. 지나가는 바람에 행여 불이 꺼질까 바람막이를 두르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장작불을 땐다.

　지금은 기억조차도 희미한 옛 풍경. 아니 제삿날에 친척들이 다 모이기도 힘든 것이 요즘 사정이라고 할까? 대형 전기프라이팬이 등장해 가스불조차도 무색한데, 불씨 꺼질까 눈물 찔끔찔끔 흘려가며 후후 불어대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어머니에 대한 추억 때문에 난 지금도 부침개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저녁 퇴근길, 어느 집에선가 새어나오는 고소한 냄새를 맡은 날은 저녁상에 반드시 부침개를 올리곤 한다. 비가 오는 날은 부침개 생각이 더욱 간절해져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모두 꺼내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작품을 만들어 본다.

　장작불을 땐 솥뚜껑 프라이팬에 구워낸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지만 여덟 살 난 딸아이는 내가 만들어준 부침개를 유달리 좋아한다. 그런 딸을 보고 남편은 모전여전이라며 놀리곤 한다.

　아무리 좋은 재료, 좋은 도구가 있다지만 어머니가 직접 솥뚜껑 프라이팬에 부쳐주시던 부침개의 맛을 잊을 수 없다. 그건 아마도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파 냉방시설도 없이 무더운 부엌에서 장작불을 지펴가며 애쓰셨던 어머니의 진한 사랑 때문이 아닐까.

　전 부치느라 장작불을 지피지 않아도 되고, 돈만 주면 부침개쯤이야 쉽게 사먹을 수 있게 됐지만 내 가슴 속엔 어머니의 사랑, 그리고 그보다 더 가슴 저린 무언가가 스며있는 솥뚜껑 프라이팬 부침개가 고향처럼 자리하고 있다.

　이번 주말엔 오랜만에 어머니를 찾아뵈어야겠다. 솥뚜껑 프라이팬 부침개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이숙영(대구파티마병원 관리수간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