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칼럼

[이대간호과학대학 명예교수] 하영수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0-12-14 오전 11:44:44

우리나라 간호계에서는 최근 간호교육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는 양적 발전으로만 치닫고 있는 간호교육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교육의 참 의미를 회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간호교육은 서구의 신문화를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19세기 후반에 처음으로 이 땅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간호교육은 인류애를 기본이념으로 하여 꾸준한 발전을 거듭했으며 우리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간호사를 양성하는데 기여해 왔다.

특히 한국전쟁이 끝나고 교육 재건기에 접어들면서 정규대학에 간호교육과정이 개설되고 이후 석·박사과정이 생겨나면서 간호교육이 다른 분야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긍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산업화와 경제 수준 향상, 보건의료 발전으로 인해 간호사의 수요가 늘어나게 됐으며 특히 1994년 이후 신설 간호교육기관이 급격히 증가했다. 하지만 이같은 간호교육기관의 양적 팽창은 일부에서 실습장소와 전임교수 부족, 외래강사에 의존한 이론중심의 강의, 국가고시 위주의 수업운영 등 열악하고 부실한 교육환경을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간호교육이 이 나라 장래의 간호를 그르칠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간호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어떤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대한간호협회는 간호교육평가원 설립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간호는 보건의료분야에서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봉사하는 전문직이다. 간호사는 대상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춰야 하며 간호는 인간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건강회복, 재활, 고통경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점에서 간호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회가 요구하는 간호의 책무를 다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간호사를 양성하는 일이다. 어떤 점에서 이 일은 간호교육이 안고 있는 철학적인 문제를 포함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서양간호의 신지식을 제대로 받아들여 교육하는 것이 그 과제였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우리의 오랜 간호교육사적 전통을 배경으로 서양 외래적 요소를 우리식으로 새로이 재창조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동안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가 실시한 간호대학 및 전문대학 간호학과에 대한 평가에서 평가기준, 정량적 평가 및 평가의 전문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간호교육을 재정립 하기 위해선 간호교육의 표준을 설정하고 간호교육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간호교육 인정평가제를 도입하는 등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간호교육 본연의 사회적 책무와 질적 향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오늘날 우리나라 간호교육은 그 존재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고 사회적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중요한 전환 시점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점이 앞으로 보다 나은 제 2세기 학풍을 정립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간호교육 본연의 철학에 바탕을 둔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