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리뷰-율곡사상에서 본 인간과 간호
돌봄은 `인의예지신' 발휘하도록 돕는 것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9-04-22 오전 10:07:37
간호는 인간을 돌보는 행위다. 간호사가 돌보는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인간에 대한 이해는 간호학의 화두이다. 조선시대의 대표적 유학자였던 율곡 이이의 인간관을 살펴보면서, 인간 이해의 지평을 넓혀보고자 한다.
율곡은 인간을 천하에서 가장 귀하고,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로 보았다.
조선시대 유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존재가 이(理)와 기(氣)로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기는 물리적 형체를 가진 물질이다. 요즘 사용하는 에너지로서의 기(氣)와는 다르다. 유학자들은 기는 물질이고, 물질 속에는 물질이 그것이어야 하는 본연의 원리나 이치인 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즉, 인간은 몸이란 물질(氣)과 인간이 인간이어야 하는 이유(理)로 구성된 것이다.
인간에게는 욕구가 있다. 욕구는 기 때문에 생겨나는 욕구와 이 때문에 생겨나는 욕구 두 가지로 나뉜다. 몸(氣) 때문에 생기는 욕구에는 먹고 싶고, 자고 싶고, 편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즉, 돈으로 해결되는 것들이다.
율곡은 인간이 인간이어야 하는 이유에서 생겨나는 이(理)의 욕구를 중요하게 보았다. 이의 욕구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말한다.
인(仁)이란 사랑하고 구제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원리다. 자애로움, 기뻐할 때 기뻐하고 슬퍼할 때 슬퍼함, 어진 사람을 닮으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의(義)란 마땅함에 따르게 하는 원리다. 윗사람을 공경하는 마음, 상황을 분별할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예(禮)란 존귀한 이를 대할 때 갖게 되는 두려움(경외감), 행동을 단속하는 내적 규범, 법도를 의미한다.
지(智)란 옳고 그름을 분별해 해야 할 바와 하지 말아야 할 바를 아는 것, 인의를 아는 것을 말한다.
신(信)이란 사람을 대할 때나 일을 할 때 진실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율곡은 몸의 욕구에 휘둘려 사는 게 아니라, 인간이 인간이어야 하는 이유(理) 때문에 생겨나는 `인의예지신'의 욕구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오직 인간만이 `인의예지신'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물과 식물도 이와 기로 이뤄졌지만, 식물은 자신 안에 온전한 성품(理)이 드러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꽉 막힌 형체(氣)를 받았고, 동물은 편협한 기를 받아서 자신이 가진 온전한 성품(理)의 일부만을 드러낼 수 있다.
물론 인간도 기의 차이에 따라 왜 사는지를 묻지도 않고 사는 사람(하우), 존재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고 사는 성인, 그리고 하우와 성인 사이에 속하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온전한 성품을 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인간만이 스스로 노력해 탁한 기를 깨끗하게 변화시켜 온전한 성품을 발휘하며 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인간이 천하에서 가장 귀하고,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다.
간호가 돌봄의 대상으로 하는 인간은 이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다. 간호사가 자신과 대상자의 `인의예지신'의 욕구를 온전히 발휘하도록 노력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돌봄이 이뤄질 것이다.
최귀순(민족사관고 심리학 강사)
*중앙대 간호학과를 졸업했으며 이화여대에서 간호학 석·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