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 건강, 간호사가 지킨다
시도간호사회, 건강상담 · 교육에 앞장
[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08-07-24 오후 17:11:58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사회로 이주해온 여성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대한간호협회 시도간호사회가 나섰다.
여성결혼이민자들이 국제결혼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 사회적 편견과 인권 침해, 언어 장벽과 문화 부적응 등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 각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건강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간호사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시도간호사회에서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이 스스로 건강한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건강교육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건강문제와 고충을 상담해 주고 있다.
-정확한 건강정보 필요해
상담을 통해 드러난 건강문제는 주로 임신·출산·육아와 관련된 것들이다. 대부분이 가임기인 이주여성들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임신과 출산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게 두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저소득층 여성들의 경우 산전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농어촌지역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상담활동에 참가한 조명신 울산프라우메디병원 간호부장은 “임신과 출산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고,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도 않은 상태에서 입덧까지 하게 되니 그 고충이 더욱 심각했다”면서 “행복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격려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산 이후에는 육아가 더 큰 짐으로 다가온다. 한국말도 서툴고 보건의료시스템도 낯선 이들에게는 간호사회에서 알려주는 육아법, 모유수유법, 예방접종법, 응급처치법, 부모역할 등이 가뭄 끝의 단비 같다. 부산시간호사회에서 제작 배포한 `임산부 가이드' 책자는 유용한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태임 대전대 간호학과 교수는 “상담과정에서 다문화가족 아이들의 성장·발달곡선을 보면 저조한 상태임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이주여성의 건강과 육아문제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나오면 보다 실제적인 간호중재를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가족중재 통해 통합적 접근해야
이주여성의 건강문제는 다문화가족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남편과의 나이 차이, 가부장적인 시부모, 문화와 풍습 차이 등으로 인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주여성만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은 실효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현미 충북간호사회 사무국장은 “이주여성이 처한 신체·정신·문화적 상황을 총체적으로 고려하고, 가족중재를 통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여성들의 생활 속으로 찾아가는 건강서비스를 개발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가족을 버리고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주여성들이 외부로 나서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 또한 필수적이다. 이미 여러 간호사회가 지자체로부터 발전기금을 받아 이주여성 건강지원사업을 하고 있으며, 지역 여성단체와도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성명숙 강원도간호사회장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지역사회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사업을 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밝혔다.
일반 간호사들의 참여도 늘고 있다. 조순옥 경남간호사회장은 “병원과 보건소에 근무하는 간호사들과 이주여성들이 일대일로 결연을 맺도록 했으며, 전화상담 등을 통해 추후관리를 해주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결혼이민자가 13만명에 이르는 시대, 다문화가족은 또 하나의 한국인이라는 의식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그 중심에서 간호사가 함께 뛰고 있다. 유혜경 전남간호사회 사무국장은 “간호사들의 따뜻한 보살핌과 배려에 이주여성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서툰 한국말로 고맙다고 인사할 때는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다문화가족은 우리와 함께 살아갈 이웃이며, 미래를 위한 자산이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탄탄한 조직력을 토대로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뛰고 있는 시도간호사회,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 그리고 인류애와 소명의식으로 충만한 간호사들의 더 큰 활약이 기대된다.
정규숙·이유정·김경원 기자
◆ 시도간호사회 운영 건강프로그램
대한간호협회 시도간호사회에서는 여성결혼이민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강원도간호사회는 춘천시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건강교육을 3회 실시했으며, 올해는 5월부터 매월 1회 외국인 무료진료를 하고 있다. 충북간호사회는 올해부터 충북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하는 `행복나누기 365' 행사에 매월 한 차례씩 참가해 건강검진과 건강교육·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대전시간호사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