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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박미경   mkpark@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04-03 오전 08:46:50

"승희 간호사님, 주사 놓을 시간이에요∼" 일곱살 난 꼬마가 침상으로 다가가 수간호사 옆에 차분히 선다. 주사 놓는 일을 거드는데 주사기며 체온기, 청진기 다루는 손놀림이 제법이다. 환자로 분한 간호사가 "승희가 간호해주니까 하나도 안 아프네. 고마워요∼"라고 말하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씨익 웃는다.
　
매승희. 지난 27일 제주 한마음병원에서 간호사의 꿈을 이룬 백혈병 어린이의 이름이다.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으로 골수이식을 받고 4년째 투병중인 승희는 `한국 메이크 어 위시 재단'의 소원 들어주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간호사 되기와 제주도 여행이라는 두가지 소망을 이룰 수 있었다.

　이틀 전인 25일부터 제주도 여행길에 올라 조랑말도 타고, 돌고래쇼도 보며 피곤했을텐데 승희의 첫인상은 무척 밝아보였다.

　낯선 사람들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간호부(부장·송만숙)에서 정성껏 만들어준 유니폼과 신발을 착용하고 `매승희 간호사'라는 글자가 새겨진 명찰을 목에 걸자 승희는 신나는 표정을 더 이상 감추지 못했다.

　비록 하루 동안이지만 승희에겐 잊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들이 이어졌다. 오색 풍선으로 꾸며진 행사장에 촛불을 들고 입장한 승희는 간호사가 되기 앞서 나이팅게일 선서식에 자못 진지한 태도로 임했고, 대한간호협회에서 주는 `명예간호사증'도 씩씩하게 받았다. 이를 지켜본 엄마 이은정 씨는 "승희가 하고 싶은 것 다하고, 많은 추억을 갖고 갈 수 있게 돼 고맙다"며 눈물을 삼켰다. 병원 직원들과 환자, 보호자들, 취재진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진 간호사 체험 프로그램도 어른스럽게 치러냈다. 승희는 체험도중 주사기를 사이즈별로 다 갖다달라고도 했으며, 장난감 청진기를 보곤 `진짜 청진기, 줄이 빨간색인 것으로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아빠 매성갑 씨는 "평소엔 인형을 엎어놓고 골수검사도 한다"고 우스개처럼 말했다.

　이날 환자 역할을 맡았던 고화영 간호사는 "승희로 인해 처음 간호사의 꿈을 품었던 때를 뒤돌아 볼 수 있었고, 앞으로 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참된 간호인이 되자고 스스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체험을 마치며 간호사들의 메시지가 담긴 노트 한권이 승희 손에 쥐어졌다. 노트 안에 장유정 간호사는 이런 글을 남겼다. "…이모는 승희가 나쁜 세균들이랑 싸워 이겨내서 정말 천사같은 간호사가 되기를 기도할게… 우리 나중에 간호사로 꼭 다시 만나는거야…" 라는.

박미경 기자 mkpark@nurs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