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한국인 맞춤형 면역유전자 참조패널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의 새로운 위험인자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류마티스학 분야 세계 2위 학술지인 ‘Annal of the Rheumatic Diseases’ (IF=20.6)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 김봉조 유전체연구기술개발과장, 김영진 보건연구관, 그리고 경희대학교 김광우 교수, 한양대학교 배상철 교수 연구팀의 공동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면역유전자 분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1537명의 한국인 전염기서열정보를 활용했다.
그동안 면역유전자는 복잡한 구조와 해독의 어려움으로 인해 관련 질환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한국인 유전 특성을 반영한 분석 도구의 부재는 더욱 큰 난관으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HLA 유전자와 C4 유전자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참조패널 기반 분석 도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혁신적인 도구를 통해 연구팀은 면역유전자 중 하나인 C4 유전자가 루푸스 발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중 약 7%에서 C4 유전자 결핍이 나타나며, 이들은 C4 유전자가 결핍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루푸스 발병 위험이 1.4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대로 C4 유전자 수가 1개 증가할 때마다 루푸스 발병 위험은 약 3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C4 유전자가 루푸스 예방 및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발견은 향후 루푸스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맞춤형 예방 관리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된 한국인 면역유전자 참조패널 기반 분석 도구는 보건의료연구자원정보센터(CODA)를 통해 국내 연구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일반 연구자들도 면역유전자 분석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돼 국내 면역질환 연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보건연구원 박현영 원장은 “이번 한국인 면역유전자 참조패널 개발이 루푸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연구에 활용되어, 면역질환 취약계층에 대한 정밀의료 실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