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 과정에서 흉부 압박을 멈추지 않고도 심전도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이수교 교수 연구팀(사진 왼쪽부터 응급의학과 이수교 교수, 중점연구사업단 정수민 연구교수)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심폐소생술 중 제세동 가능 리듬 분석’ 연구논문을 응급의학과 분야 최상위 학술지 ‘Resuscitation 저널’에 게재했다고 최근 밝혔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심폐소생술을 지속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제세동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제세동 시행에 앞서 제세동이 필요한 심장 리듬, 즉 충격필요리듬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심전도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심전도를 측정하는 동안 흉부 압박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
병원에서는 심전도 분석을 위해 최대 10초, 병원 밖에서는 최대 수십 초간 흉부 압박을 멈추게 된다. 흉부 압박 중단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낮아진다.
연구팀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실제 고대안산병원에서 진행된 1889건의 심폐소생술 데이터를 수집해 흉부 압박을 멈춘 상태의 리듬을 추출했다. 추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충격필요리듬과 아닌 리듬을 분류해 ‘1차원 합성곱 신경망’을 통해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1차원 합성곱 신경망’은 이미지 형태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딥러닝 기법이다. 의료 생체 신호에 적용하면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지는 등 활용성이 더 높아진다.
그 결과, 인공지능의 충격필요리듬 예측성은 매우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측 성능 평가 지표로 활용된 AUROC(Area Under Receiver Operating Curve) 값은 0.8672로, AUROC 값이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수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폐소생술에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연구”라며 “심전도 분석으로 인한 흉부 압박 중단 없이 제세동이 필요한 리듬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상용화 시 환자 소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등과 협업해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인공지능을 재설계하는 등 예측 정확도 향상을 위한 후속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올해 6월 국내 특허 가출원을 완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