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간호사가 수술 후 환자가 병동에 도착한 시각, 환자 사정을 통해 확인한 각종 배액관 및 교육사항 등을 ‘모바일 Voice ENR’을 통해 음성으로 입력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모바일 Voice ENR’ 도입
환자간호·처치 현장에서 즉시 말로 입력
음성인식 앱 탑재된 PDA 통해 문자로 변환
간호사의 음성을 인식해 간호기록을 하는 혁신적인 시대의 문이 열렸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병원장 권순용, 간호부원장 전금숙)은 ‘모바일 Voice ENR’을 세계 최초로 병동에 시범적용하며 간호업무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고 밝혔다.
간호사들이 병실에서 간호나 처치를 하면서 음성으로 실시간 간호일지를 기록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록업무에 쏟는 시간을 줄이고 환자 간호와 소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게 됐다.
이는 지난 2019년 개발에 성공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간호기록(Voice Electronic Nursing Record)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모바일 버전이다. 간호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했고, 편의성과 효율성, 완성도를 모두 높였다.
우선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대신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폰 사이즈의 PDA로 전환해 이동이 많은 간호업무에 적합하도록 개선했다.
또한 목소리만으로 제어가 가능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모바일에서 바로 기록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주변 소음에도 방해받지 않고 음성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도입했다.
특히 방대한 간호기록의 종류와 내용, 의료용어와 발음 등을 인공지능 시스템이 보다 정교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학습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간호사 300여명이 참여해 1000시간에 가까운 음성 빅데이터를 수집했고, 3000여개의 의료용어를 학습시켰다.
간호사가 말로 입력하는 간호기록 A to Z
기록업무 시간과 부담 줄이고 --- 환자 간호와 소통에 집중
#1. 간호사가 환자 간호와 처치를 하는 과정에서 기록이 필요한 내용을 손으로 메모하거나 타이핑하는 대신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말로 입력한다.
#2. 간호사가 말한 내용은 PDA(개인 휴대 정보단말기)에 탑재된 앱을 통해 음성인식이 됨과 동시에 문자로 변환돼 저장된다. 손을 사용할 필요가 없이 목소리만으로 제어가 가능한 보이스 커멘드(음성명령) 기능을 갖추고 있고, 주변 소음(노이즈)을 제거하는 기술이 장착됐다.
#3. 인수인계 전 라운딩, 활력징후 측정 결과 입력, 간호처치·처방 입력, 환자 사정, 회진, 퇴원 전 확인 등의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4. 간호사는 스테이션으로 돌아와 PDA에 저장된 간호메모를 불러와 복사하기로 옮긴 후 최종 간호기록으로 입력하면 된다.
간호사들은 앱이 탑재된 PDA를 활용해 병실에서의 일상적인 간호처치 업무(활력징후 포함)를 음성으로 기록할 수 있다. 심정지 등 응급상황 발생 시에도 현장에서 바로 처방과 처치 내용을 기록할 수 있다.
‘모바일 Voice ENR’ 운영을 통해 간호사들이 기록업무에 쏟는 시간과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처방입력 누락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근무환경이 개선되면 간호사들의 업무만족도가 향상되고, 이는 간호서비스 질과 환자 안전, 환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금숙 은평성모병원 간호부원장은 “기록업무 부담은 줄이면서 내용은 누락이나 왜곡 없이 더욱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는 적시성이 Voice ENR의 최대 장점”이라면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간호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Voice ENR 시범병동 오픈 기념식
기록의 진화, 종이에서 목소리로
간호실무의 뉴 패러다임 제시
은평성모병원은 ‘Voice ENR 시범병동 오픈 기념식’을 7월 1일 병원 16층 회의실에서 개최하고 Voice ENR 고도화 작업에 대한 현황 보고와 시연을 진행했다.
권순용 은평성모병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병동 간호업무에 적용한 은평성모병원은 이번 고도화 작업을 통해 첨단기술을 활용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한걸음 더 다가섰다”며 “향후 직종에 관계없이 다양한 분야로 음성인식 기술을 확산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환자 만족도를 높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의무기록의 진화, 종이에서 목소리로’ 주제로 발표한 전하린 퍼즐AI 연구소장은 “수기로 작성하던 종이기록에서, 컴퓨터 키보드로 타이핑하는 전자기록 시대를 지나, 기록업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음성인식기술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음성인식은 키보드 타이핑 속도 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입력이 가능하고, 입력 정확도 역시 95%로 키보드(90%)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수술, 시술, 검사, 처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음성인식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하린 소장은 “이제 음성인식이 가능한 모바일 솔루션을 활용한 간호기록의 시대가 열렸다”면서 “간호사들이 각자 PDA를 들고 다니며 자신의 목소리로 간호기록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간호실무의 뉴 패러다임:Voice ENR’ 주제로 발표한 전금숙 은평성모병원 간호부원장은 “간호사 업무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간호기록 업무를 보다 쉽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이 절실히 필요한 게 현실”이라며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한 간호기록은 환자 곁에서(현장에서) 즉시 기록함으로써 정확성 향상, 누락 방지, 시간 절약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금숙 간호부원장은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었던 첫 발걸음이 위대한 도전이 됐고, 앞으로 간호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면서 “그동안 함께 참여하고 응원해준 간호사들과 병원 동료들이 있어 오늘까지 올 수 있었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정규숙·엄용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