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대남병원 및 안동의료원에 파견돼 근무한 오성훈 간호사.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리딩널스’를 운영하면서 웹툰을 통해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장갑 두 겹 끼고 정맥주사와의 혈투
청도대남병원에서 시작해 안동의료원에서 파견근무를 한 지 20일 차. 어느덧 내일이 파견 마지막 날이다.
그 사이 매일 방호복을 입었다 벗었다 반복하는 데 익숙해졌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상상이 안 된다. 10대 중반의 어린 학생부터 90세가 넘는 어르신까지 하루에도 수십명의 환자를 마주했다. 어느새 정이 들었다.
오늘은 열이 나는 환자에게 항생제를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한다. 환자는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이다. 게다가 혈관이 숨어버려 잘 보이지 않는다. 평소와 같은 환경에서도 이런 분의 혈관을 찾는 게 쉽지는 않다.
혈관과의 사투가 시작됐다. 겉 장갑과 속 장갑을 껴서 손가락에 감각이 없다.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다. 방호복 안에선 보이지 않는 열기와의 싸움이 한창이다. 그 열기가 고스란히 얼굴로 올라온다. 안경과 고글에 습기가 자욱하다. 시야가 흐려져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손에는 감각이 없어 혈관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총체적 난국이다. 더듬더듬 감각과 운에 의지하며 첫 번째 시도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다시 도전했다. 다행히도 혈관주사기 끝에 피가 보인다. 피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정맥에 잘 자리잡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눈물 쏙 빠지는 코로나 검사
또 다른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 환자는 오늘 코로나19 검사(PCR)를 받았다. 청도대남병원에서 파견근무를 마친 후 나도 검사를 받아 봤지만, 생각보다 아프다. 그 깊이에 한 번 놀라고, 면봉이 나올 땐 아파서 눈물을 쏙 뺐다.
검사를 받았다는 환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괜찮으시냐고 물어보니, 잘 안 들리셨는지 ‘응…?! 음성이래?’라고 물어보신다.
얼마나 음성 판정을 받고 싶으셨는지, 듣고 싶은 대로 들으신 거 같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빨리 회복 되어 아픈 일은 잊고, 음성만 있기를 기도했다.
1분 1초도 시선을 떼지 못한다
방을 옮겨 또 다른 환자를 찾아갔다. 요양원에서 온 80세가 넘은 할머니였다. 치매 증상이 있고, 거동이 불편한 분이다. 간병인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하지만 격리병동에서는 보호자의 출입을 불허한다. 그 역할을 간호사가 해야 한다. 환자의 식사, 투약, 상태 체크와 기저귀 가는 일까지 하다보면 2∼3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또 24시간 CCTV로 모니터링하면서, 돌발 행동을 하거나 상태가 안 좋으면 몇 번이고 방호복을 빠르게 입고 들어가서 환자를 살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분을 담당한다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사명감과 보람으로 일을 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마침 그 환자의 모니터에서 알람이 울린다. ‘또 시작이군…’ 다시 방호복을 입는다.
“고마워, 나 때문에 힘들지. 고생이 많네”
할머니에게 필요한 간호를 하고 나오려고 할 때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잘 들리지 않아 가까이 다가갔다. ‘또 무슨 부탁을 하실까.’ 마음을 졸이며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손을 잡으면서 말씀하셨다.
“고마워, 나 때문에 많이 힘들지… 내 몸이 이래서 미안해… 잠도 못 자고 고생이 많네….”
평소엔 말도 잘 못하시고 표현도 없으신데, 잠깐 정신이 드셨나 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조금이나마 불평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 분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닐 텐데. 그 누구보다 힘든 건 환자 본인일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고단했던 날에 대한 후회가 사라졌다. 하루빨리 환자들이 회복돼 일상으로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대한민국 국민, 의료진, 환자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주셨으면 좋겠다. 모두가 웃는 그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