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간호사의 연령과 능력?
조갑출(적십자간호대학 교수)
[적십자간호대학 교수] 조갑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1-04-12 오전 11:38:40

경기침체라는 암울한 늪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을 절망케하는 일반 취업현장의 모습과는 달리 그래도 새내기 간호사들은 신바람 나는 졸업을 맞았다. 고학력자 취업난 시대에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졸업생들이 어깨를 펴고 학교 문을 나설 수 있도록 일자리가 주어졌다는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쯤에서 우리의 신규간호사 채용 문화를 한번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각 기관마다 독특한 조직문화가 있고, 추구하는 신념과 사명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조직원을 선발하는 기준도 마땅히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오늘날의 채용관행을 보면서, "간호능력은 초임 연령과 반비례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심성이 좋고 생각이 바르며 게다가 성적도 좋은 학생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또래보다 서너 살 이상 많으면 영락없이 탈락되어 그들의 간호역량을 발휘해 보기도 전에 좌절하고 상처를 받는 경우가 흔히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랜동안 연령이 조직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능력 중심의 인사제도가 확산되면서 그 인습의 틀은 무너지고 있는데 아직도 연령이 그 어떤 조건보다 선행해 일차적인 거름장치가 된다는 것이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고통과 죽음 등 한계상황에 처한 사람을 돌보는 일이야말로 다양한 삶의 경험을 가지고 인생의 깊이를 아는 사람이 보다 성숙하게 행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환자로부터, 보호자로부터 끊임없는 인내와 너그러움을 요구받는 간호는 학교와 가정의 보호 아래 제 때 또박또박 학업을 마친 새내기들의 앳띤 생속으로는 감당키 어려운 성숙함과 연륜의 향기를 필요로 할 때가 많다.
평생교육시대로 접어 든 요즘은 취학 적기가 따로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고 뒤늦게 간호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들 중에는 이미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마친 학생들이 많으며, 번듯한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하다가 온 경우도 많다. 이같이 다양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인내의 폭과 깊이가 보다 노련하고 원숙하게 환자들의 고통을 감싸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들은 대부분 간호를 보는 시각이 현실적이고, 성숙되어 있으며, 간호직을 선택한 동기가 뚜렷하고, 자긍심에 차 있다. 소신있게 선택하고 자긍심에 차서 일한다는 것은 어느 직업에서나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될 참으로 소중한 덕목일 것이다.
하지만 취업현장의 분위기는 아직 이러한 대학의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일부에선 다양한 사회경험에서 비롯된 순수하지 못한 측면의 사회화가 때론 조직 문화를 흐리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인간은 쉼없이 뭔가로 되어지는 존재(becoming), 이루어가는 존재' 라고 보는 간호학적 인간관과 그 되어지는 방향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것이라고 믿는 게 필자의 신념이다. 따라서 연령이 엮어내는 생활경험의 다양성과 성숙이라는 긍정적 측면에 더 무게를 주고 싶다.
인력을 키워 내보내야 하는 교육기관 입장에서 보면 취업현장이 우리의 고객이 되겠지만, 준비된 좋은 인력을 유치해야 하는 취업기관 입장에서 보면 역으로 교육기관이 그들의 고객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양자가 모두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민감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각 기관에서 간호학에 입문하는 학생들의 배경과 연령이 다양해지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직시하고, 단지 나이가 많다는 사실이 신규간호사 채용시 일차적인 거름장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