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편집국] 정규숙기자   kschung@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1-02-23 오전 09:22:55

◇ 간호사의 정치적 영향력 키워야
◇ 개도국 지원에 한국 앞장서주길
◇ 간호 올바로 알리는 홍보 주력해야

　스코틀랜드 태생 남자간호사, 태권도 검은띠 소유자, 1년에 20∼30개국을 방문하며 지구촌 간호사들을 만나는 사람. 세계 각국의 간호협회를 대표하는 국제간호협의회(ICN)의 실무 총책임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벤톤 사무총장(54세)이다. 그가 내한해 2월 17일 열린 대한간호협회 대의원총회에 참석했다.


　- 2015년 ICN CNR(각국대표자회의) 및 컨퍼런스 개최국으로 한국이 선정됐다. 어떤 기대를 갖고 있나.

　“성공적인 회의 및 컨퍼런스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미 1989년 ICN 총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특히 이번에 CNR유치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치밀하게 활동한 점이 돋보였다. 대한간호협회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으며,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줬다. 이는 ICN의 비전과도 일맥상통했다. 지난해 한국에 현지실사를 나왔을 때 좋은 인상을 받았다. 대한간호협회는 정부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고 있었고, 개발도상국 간호사를 지원하는 데도 힘쓰고 있었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간호와 IT를 접목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경림 회장이 한국 간호를 세계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리더십을 보여준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한간호협회의 역동적인 모습은 ICN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 ICN은 한마디로 어떤 기구인가.

　“세계 간호사들과 각국 간호협회를 융합하는 곳이다. 인류의 보건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간호사들이 서로 배우고 공유하면서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데 힘쓰고 있다. 유엔과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 세계보건총회(WHA)에서는 정부 대표들과 적극 교류하고 있고, 발언권을 행사하면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여러 비정부기구(NGO)들과 긴밀히 교류하면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 주력사업을 몇 가지 소개한다면.

　“2010년 말 기준으로 135개국이 ICN에 가입해 있다. 회원국을 계속 늘리는 것이 목표다. 회원국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정책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권, 환경, 윤리 등의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건강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 ICN이 운영하는 아프리카 간호사를 위한 이동도서관에 대한 호응은.

　“간호사들이 이동도서관을 만나기 전의 삶은 장님과 같았다고 말한다. 첨단 환경에서 살고 있는 간호사들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만약 여러분이 휴대폰 없이 산다고 생각해보라, 좀 이해가 될 것이다.”


　- 개발도상국 간호사 지원에 대해 당부한다면.

　“한국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발전했다. 개도국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고, 관련 전문가도 많을 것이다. 한국이 개도국 간호사들에게 지식과 기술을 지원하는 데 계속 힘써주길 바란다. 모든 이유를 떠나 간호의 본질은 나눔에 있는 것이 아닌가.”


　- 간호사가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것이 왜 중요한가.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효과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선 간호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간호사는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근거를 제시하면서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 간호사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 간호사 이미지 홍보전략에 대해 조언한다면.

　“간호사가 하는 일을 정확하게 알리고 평가받아야 한다. 자존감을 갖고 목소리를 내고, 우리를 알려야 한다. 미디어와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간호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입을 통해 간호가 알려져야 한다.”


　- 왜 간호사가 되었나.

　“나의 꿈이었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투병 중일 때 헌신적으로 돌봐준 간호사들을 보며 감명을 받았다. 간호사는 우리 가족에게 큰 힘이 됐다. 한국에서 남자간호사가 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변화를 주도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여자 동료들과 잘 지내길 바란다. 간호사는 모두 한 팀이다.”


　- 당신에게 간호는 어떤 의미인가.

　“간호사는 `건축가'가 돼야 한다. 비전을 갖고, 창의적으로 디자인하며,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척자(개혁가) 보다는 `건축가'라고 표현하고 싶다. 간호는 `많은 것(many things)'이다. 지역, 국가, 국제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정말 많은 일을 하고, 많이 기여할 수 있다. 간호를 잘 하면 세상이 변화하고 발전한다.”


　- 방한 일정 중 국기원을 방문했는데.

　“열여섯 살 때 한국인 사범님을 만나면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고, 검은띠를 땄다. 아들에게도 태권도를 가르쳤다. 태권도는 단순히 육체적 스포츠가 아니라 정신이며 문화다. 내 인생의 멘토다. 태권도의 종주국에 와서 국기원을 방문한 것은 매우 특별하고 벅찬 경험이었다.”


　- 한국 간호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두 협력해서 함께 일할 때 대한간호협회가 강해진다. 늘 도전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간호사의 전문성을 확대하고, 정책결정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연구를 통한 근거기반간호에 힘쓰길 바란다.”

　벤톤 사무총장은 간호사와 결혼했으며, 2남 1녀를 두고 있다. 스코틀랜드 하일랜드컬리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던디컬리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ICN에서 일했으며, 2008년 10월 사무총장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