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편집국] 김숙현기자   shkim@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3-05-01 오전 08:37:30

■의사에게 공손, 간호사에게 무례한 `환자'
■의사끼리 책임 전가해 간호사 업무 가중될 때
■가르쳐줘도 잘 따라하지 못하는 `후배 간호사'

　간호사들은 `환자들이 의사에게는 공손하면서 간호사에게는 무례하게 대할 때' 역할갈등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가 느끼는 의사와의 역할갈등은 빈도수는 적었지만 심각성은 높게 나타났다.

　이는 병원간호사회에서 발간한 보고서 `병원간호사의 역할 인식 및 갈등 연구'에서 밝혀졌다. 책임연구원은 이은희 강릉원주대 간호학과 교수다.

　전국 500병상 이상 25개 병원의 내·외과계 일반병동 간호사 47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았다.

　간호사가 경험하는 역할갈등을 △병동간호사와의 역할갈등 △간호업무관련 역할갈등 △환자·보호자와의 역할갈등 △타 부서와의 역할갈등 △의사와의 역할갈등 등 5개 영역 82개 문항으로 조사했다. 각 영역별 갈등의 `빈도'와 `심각성' 정도를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환자·보호자와의 역할갈등(빈도 1위, 심각성 3위) = 간호사들은 `환자들이 의사에게는 공손하면서 간호사에게 무례하게 대할 때' 역할갈등을 가장 많이 느꼈고,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이어 의사에 대한 불만으로 간호사에게 화를 낼 때, 검사 지연 등의 불만을 간호사의 책임으로 돌릴 때, 환자의 눈높이가 높아져 더 많은 요구를 할 때, 간호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때 역할갈등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업무관련 역할갈등(빈도 2위, 심각성 2위) = 간호사들이 업무와 관련해 역할갈등을 많이 느끼는 상황은 `환자 관련 처치를 정해진 시간 내에 해야 하는 데 일이 너무 많을 때'였다. 간호인력의 부족을 절감할 때, 근무시간 내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을 때, 환자의 사소한 요구를 들어줘야 할 때에도 많은 갈등을 느꼈다.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경우는 `간호인력의 부족을 절감할 때'였다. 간호사를 보호해주는 제도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병원이 간호사의 입장보다는 환자의 입장만 강조할 때에도 심각한 갈등을 느꼈다.

　△타 부서와의 역할갈등(빈도 3위, 심각성 4위) = 타 부서와의 관계에서 가장 많이, 가장 심각하게 역할갈등을 느끼는 경우는 `환자의 상황에 따른 관련 부서와 연결이 잘 되지 않을 때'였다. 이어 병동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검사실 직원이 환자 이송 등을 요구할 때, 다른 부서의 실수로 인해 간호업무가 지연될 때 순이었다.

　△의사와의 역할갈등(빈도 4위, 심각성 1위) = 의사와의 역할갈등에 있어 빈도가 가장 많은 경우는 `의사마다 요구하는 것이 달라서 그에 맞게 준비해야 할 때'로 나타났다.

　갈등을 심각하게 느끼는 경우는 의사끼리 서로 업무와 책임을 전가해 간호사의 업무가 가중될 때, 의사가 부하직원 다루듯이 대할 때, 의사의 잘못으로 벌어진 상황에 대해 책임추궁을 당할 때, 간호사가 보고한 환자의 상황에 대해 무시할 때 순으로 나타났다.

　△병동간호사와의 역할갈등(빈도 5위, 심각성 5위) = 간호사들은 `후배간호사에게 가르쳐줘도 잘 따라하지 못할 때' 가장 많은 역할갈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배간호사의 업무를 일일이 챙겨줘야 할 때, 잘못을 지적했을 때 후배간호사의 태도가 좋지 않을 때에도 많은 갈등을 겪었다.

　갈등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경우는 `후배간호사와 함께 일하면서 응급상황이 벌어졌을 때'였다. 잘못을 지적했을 때 후배간호사의 태도가 좋지 않을 때, 선배간호사로부터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낄 때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연구팀은 “환자간호의 질을 높이려면 경력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도록 역할갈등을 줄여주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간호사와 의사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의료진과 환자·보호자 간에 서로 존중하는 병원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